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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적] 일본 항공과 김옥희 (1)

2000.8.30.수요일
딴지 꼰지르기 처리 위원회
 

<일본항공(JAL)의 왕따-김옥희>

아마도 웬만한 네티즌들 이라면 여기저기 게시판에서 지겹게 봤던 제목일 것이다. 족히 몇 년전부터 봐온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그리고 이제 그만 좀 하지 싶을 정도로 참으로 끈질기게 통신과 인터넷 사이트에 도배(그렇다. 이건 도배다.)되어 지고 있는 게시물이다.

내용인즉슨 

" 작년 6월 김옥희라는 한국여인이 일본 항공기 안에서 일본 여승무원에게 의도적으로 식사를 늦게 제공 받는등 왕따를 당했다 "

는 것이다. 정확히 작년 9월 이 글이 처음 통신상에 등장했을 때 네티즌들은 <비행기 왕따>라는 상식적으로 이해할수 없는 김옥희씨 주장에 의아해 하면서도 사건의 배경이 일본 항공이라는 것으로 인해 <일본넘> 운운 하며 높은 관심을 보였다. 그러나 올해 들어 이 글은 통신 공해 취급을 받으며 네티즌들의 관심에서 멀어졌고 근래에는 하이텔에 <안티 김옥희> 토론방까지 개설될 정도로 사건의 피해자라 주장하는 김옥희씨가 오히려 네티즌들에게 왕따를 당하는 묘한 상황으로까지 발전한다. 

흥미로운 것은 김씨의 왕따 사건은 인터넷을 들끓게 했던 여타의 주요 <호소형 사건>과는 백팔십도 다른 양상을 보여 주고 있다는 것이다. 즉 <성수여중사건>, <해양대 장애인 구타 사건>, <한중 축구 폭력사건>들의 공통점이 피해자는 숨어있고, 그  주변 인물이 문제를 제기하고, 그 글이 빛보다 빠른 속도로 인터넷에 퍼져 가면서, 일부 오버하는 네티즌들에 의해 <확대재생산>의 과정을 거치게 되고, 결국 본래 사건보다 부풀려지는 모습을 연출한 반면, <김씨 왕따 사건>은 피해자가 문제 제기의 주체가 되고, 직접 4대 통신망과 주요 인터넷 사이트에 거의 매일 글을 올렸음에도 오히려 <축소왜곡>되는 결과를 낳았다는 것이다.



본지의 꼰지르기 방에 올라온 김옥희씨 관련글들. 

더군다나 네티즌들을 더욱 더 자극시킬 수 있는 민족감정이라는 소재까지 백그라운드로 깔려 있는 데 말이다. 물론 네티즌들이 주장하듯 김옥희씨가 정신병자 라거나 자신의 도배질에 쾌락을 추구하는 이상성격자였다면 이 현상을 설명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정신병자의 헛소리를 네티즌들이 간파했다고 설명하면 끝이다. 

우선 이 부분에 있어서 결론 부터 내리고 가자. 김옥희씨는 정신병자가 아니다. 이상 성격자도 아니구. 본지가 여러차례 통화하고 만나고 인터뷰해 본 그녀는 배울만큼 배우고 어떤 분야에 전문 능력을 갖추고 있는 평범하고 정상적인 시민이었다. 그렇담, 이상하지 않은가? 정상적인 여자가 자신이 비행기에서 왕따를 당했다는 주장을 1년간이나 계속하고, 네티즌들은 이 여자의 호소에 필요 이상의 적대감을 표시한다는 것이.

본지가 이 사건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지난 7월말 딴지관광청의 <꼰질르기 방>에 김옥희씨의 글이 집중적으로 게시되기 시작하면서 부터다. 한 달여 간의 집중적인 취재를 통해  조금씩 진실에 접근해 가면서  본지는 이 사건의 본질에 아주 중요한 키워드가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한다. 

바로 <소비자 주권>. 인터넷 시대를 맞이하여, 자금력과 조직력으로 <군림하는 기업>과 흩어져 단일된 힘을 가지지 못하는 개개인의 <지배받는 소비자>라는 구시대적 패러다임이 역전되어야 하고, 바로 이 사건이 그런 역전과 변화의 방향을 가늠해볼 수 있는 리트머스이자 시금석이 될 수 있겠다는 판단을 그 변화의 중심에 우뚝 서있는 본지가 걍 내려버린것이다. 

물론, 그러기 위해선 우선 이 사건에 대한 객관적인 정황부터 파악해야 한다. 과연 김옥희씨 주장대로 비행기 안에서 일본 여승무원이 고의적으로 김씨를 왕따 한 것인지, 아니면 일본항공(이하 JAL)의 주장대로 단순한 식사 지연인지, 또는 식사 몇 십 분 늦게 나온 걸 가지고 극성스러운 한 한국 아줌마가 일년이 넘도록 소란을 피우고 있는 것인지 진실을 밝히는 작업이 우선되어야 한다.  

다만, 김옥희씨 주장의 핵심에 왕따라는 지극히 주관적이고 감정적인 용어가 들어있는 탓에 우선 '왕따'가 객관적으로 어떤 정도의 행동까지를 왕따로 규정할 것인가 하는 문제부터, 담당 승무원이 왕따를 가했음을 스스로 인정하거나, 당시 기내에 동승한 탑승객들이 김옥희씨가 왕따 당했음이 인정될만한 정황을 말해 줘야 진실에 접근할 수 있다는 난점들이 존재한다. JAL은 그런 정황이 실재하지 않았다 주장하고 있고 탑승자 명단공개 불가원칙으로 목격자 확보도 어려움이 있어, 어느 한쪽 당사자 일방의 말만 듣고  섣불리 결론내릴 수 없는 사안이라는 걸 전제하고 시작하자. 

또한 이 사건은 왕따를 가한 장소가 <일본 항공기>이고 왕따를 가한 사람이 <일본 승무원>이라는 것으로 인해  민족적인 감정까지 개입할수 있는 사안이다. 이는 김옥희씨 사건을 이성적이기 보다는 감정적으로 왜곡 시킬 수 있는 요소다. 너거뜰 일본 나왔다고 흥분하고 난리치지 말란 말이다.

해서, 본지는 이 사건을 JAL이라는 항공회사와 그것을 이용한 한 승객, 즉 서비스 공급자와 소비자의 분쟁으로 단순화시키고자 한다. 양측의 주장을 객관적으로 들어 보고 양측이 제공한 자료들을 분석해 보면서 양측 주장의 의문점을 찾을 것이며 분석의 도구는 보편적인 상식이 될 것이다. 양측의 주장과 자료에서 상식적으로 이해 안되는 것이 무엇인가를 밝혀보자는 것이다. 

장장 4장의 러닝타임을 가진 본 미스테리 도큐멘터리물은 한국의 김옥희씨와 일본의 JAL이 1부의 공동 주연을 맡고 건교부와 국회 사이버 파티가 메인 엑스트라로 참가하여 왕따를 소재로 불꽃튀는 공방을 벌이다가 2부에서는 김옥희씨와 네티즌의 싸움으로 주연이 바뀌는, 제도언론은 감히 손대려 조차 하지 않았던 대하물이다. 

그러니까 이제부터 관객들은 민족적인 감정 접어두고, 오로지 자신의 상식을 동원해 이 사건을 파악해 보시기 바란다. 지혜로운 딴지 솔로몬들이여. 막이 올랐다. 정신 바짝 차리고 화면을 주시하자.


사건의 발단-1999년 6월 17일 JAL 961 기내에서 발생한 일


김옥희씨 주장

 

1)김옥희씨는 99년 6월 17일 개인 여행을 마치고 10시 50분 오사카 서울 JAL 961편을 탑승한다. 사건의 발단은 비행기가 이륙후 안정권에 접어든 후 승무원이 기내식을 배분하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당시 김옥희씨는 기내 뒷쪽에서 3번째 3열 통로쪽에 앉아 있었다.(아래 좌석도 참조)
김옥희씨 좌석과 최초 도시락을 받지 못한 승객(청색 표시)

2) 승무원 두명은 양쪽 통로를 이용하여 앞쪽에서 부터 카트 안의  도시락을 나눠 주다가 김옥희씨 열을 맡은 승무원의 도시락이 김옥희씨 순서에서  떨어지고 만다. 

승무원은 도시락을 가지러 주방으로 돌아가고 잠시 후, 뒤를 돌아다 본 김옥희씨는 자신의 뒷 좌석에 있는 일곱명의 사람들이 (좌석도의 청색표시) 모두 식사를 하고 있는 것을 발견한다. 김옥희씨 혼자 도시락을 받지 못한 것이다. 

3) 12-3분이 흐른다. 그때까지 의아해 하며 뒤를 돌아다 본 김옥희씨는 자신의 의자 등받이에 왼손을 올려놓고 서있는 담당 승무원을 발견하곤 자신이 도시락을 받지 못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승무원을 향해 스미마생을 3번 부른다. 그런데 승무원은 그 말에 아무런 대꾸 없이 주방으로 사라진다. 김옥희씨는 기분이 상했지만 승무원이 자신의 도시락을 급히 가지러 갔겠거니 생각하고 기다렸지만 주방에 들어간 승무원은 소식이 없다.

4) 그러다가 20분이 지난 후 담당 승무원이 주방에서 나와 김옥희씨 뒤쪽에 서서 웃으면서 오른손에 도시락을 들고 팔을 길게 뻗어 김옥희씨를 향해 도시락을 내민다. 도시락을 받아 펼치는 순간 착륙을 알리는 안내 방송이 나온다. 처음 도시락이 떨어진지 33분이나 지나서 도시락을 갖다 주고도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없는 승무원의 태도를 보고 김옥희씨는 이 상황이 고의적인 왕따라고 생각을 한다.

5) 김옥희씨는 자신의 감정을 표출하지 않고 착륙을 위해 테이블을 원상태로 고정하라는 안내방송과 주변의 시선을 무시한 체 오기로 식사를 한다. 또한 담당 승무원에게 커피를 달라고 반말로 요구를 한다.(고히 조다이). 승무원은 10분 후 비행기가 급하강으로 심하게 흔들릴 때 침으로 추정되는 부유물이 담긴 커피를 탁하고 테이블에 올려 놓고 사라지고 흔들리는 비행기 안에서 커피잔과 도시락을 잡고 식사를 마쳤을 때 비행기는 김포에 착륙한다. 

6) 김옥희씨는 식사를 마친 후 분한 마음을 이기지 못하고 또 다른 승무원에게 한국어로 "세관신고서 주세요" 라고 말을 하고(이때 김옥희씨는 세관신고서가 자신의 좌석 앞에 비치되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승무원은 일본어로 "에이고데(영어로)"라고 대응한다. 즉 "영어로 다시 말하라"는 의사를 일본어 반말로 전달한다. 비행기에서 나가는 김옥희씨를 보고도 담당 승무원은 출구에 서서 미안하다는 말을 하지 않는다.

여기까지가 김옥희씨가 주장하는 사건의 개요다.

JAL의 주장

 

JAL이 김옥희씨에게 보낸 4건의 사과문과 김옥희씨 민원제기로 인해 건교부에 보낸 경위서, 그리고 본지와의 서신 및 직접 인터뷰에서 JAL의 일관된 주장은 "식사가 지연된 것은 인정하지만 서비스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이며 고의성이 없으므로 왕따한 사실은 없다"는 것이다. 

위의 자료를 기초로 좀더 구체적으로 김씨의 주장 부분에 대한 JAL의 입장을 살펴보면,

1)비행기 탑승 사실 인정. 본 사건의 발단이 식사 배분 과정에 있었음 인정.

2) 김씨 앞에서 도시락 떨어진 것 , 그후 승무원이 뒷좌석부터 식사를 배분했다는 것 , 김옥희씨만 도시락 나눠주지 못한것 인정.

3) 12-3분동안 1차 식사 지연이 있었다는 김씨 주장에 대해 JAL은 구체적인 지연 시간은 언급하지 않음. 김옥희씨의 스미마생 부분 언급하지 않음. 다만 

" 식사배분과정에서 김옥희씨가 담당 승무원에게 직접 말을 걸어줄 때까지 김옥희씨에게 아무런 설명도 안내도 하지 않은 채 오랫동안 식사를 갖다주지 못한점, 즉 결과적으로 식사를 제공하는 것이 마지막이 되어버린 것은 담당 승무원의 잘못이다." 

(99년 10월 4일자 JAL 객실메니저 모로끼 미도리 사과문중)

가 김옥희씨가 했다는 '스미마생'이란 말과 관련한 유일한 언급이다. (즉, 스미마생이라는 말을 듣고서야  담당 승무원은 김씨가 식사를 받지 않았음을 알았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4) 20분이라는 김씨의 2차 식사 지연 주장에 대해 JAL은  

" 당시 승무원은 스톱워치를 가지고 있지 않아 정확히 얼마나 지연된지 알수 없으나 10분 이상의 지연이 있었음은 인정한다 "

(8월22일 세끼야 하루오 서울지점 총부부장,본지 인터뷰중)라고 말함.

5) 커피 서비스 부분은 언급 없음

6) 승무원이 일본어 반말로 <영어로>라고 말한 세관 신고서 부분은 다음과 같이 주장함.  

"세관신고서 부분은 일본항공 승무원들이 한국말을 하지 못하므로 한국말로 질문을 받았을때 승무원은 일본말이나 영어 어느 쪽으로 대답하면 좋을지 망설였을 것으로 생각된다. 승무원에게 주의를 주겠다." 

( 99년 10월 4일자 JAL 객실메니저 모로끼 미도리 사과문중).

  승무원이 전혀 사과하지 않았다는 김씨의 주장에 대해 

" 승무원이 했는지 안했는지도 확인이 불가능하고 혹은 했는데 김옥희씨가 알아듣지 못해서 그런 일이 있었는지도 내가 그 자리에 있지 않아서 모르겠고 그러므로 김옥희씨가 주장하는대로 전혀 그런 서비스가 안 이루어졌는지도 확인이 불가능하다."

(8월22일 세끼야 하루오 서울지점 총부부장,본지 인터뷰중)라고 말한다. 


이 사건의 핵심은 식사 지연이 고의였냐 아니었냐에 있다. 김씨는 식사지연이 의도적이라며 주장하고 커피 서비스와 세관 신고서 건에서 승무원의 서비스 자세도 덧붙인다. 이에 대해 JAL은 식사 지연이 분명히 있었다는 것을 인정하지만 이는 승무원의 마음 씀씀이가 부족해서 생긴일이었다고 (99년 10월 4일자 JAL 객실메니저 모로끼 미도리 사과문중) 하며 식사가 떨어지면서 주방을 왔다 갔다 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의도되지 않은 일이라고 주장한다. (8월22일 세끼야 하루오 서울지점 총부부장, 본지 인터뷰중).

기내에서의 사건 이후 김옥희씨는 말그대로 <죽기살기로> 일본항공과 집요한 싸움을 전개해나간다. 그 날 이후 JAL 본사에 수 십 통의 항의문과 항의 전화를 하는 것은 물론 국내의 각종 언론기관과 국민고충처리위원회, 건교부 등의 정부기관, 각종 단체에 투서를 보내고 심지어 일본의 관공서와 언론기관에도 편지를 보낸다. 4대 통신에 집중적인 글도 올리고. 이에, 일본 항공도 두번씩이나 책임자가 사과방문을 하고 4번의 사과문을 김씨에게 보낸다. 그것도 JAL사장의 사과문을 포함해서 말이다.

3자 입장에서 본다면 JAL도 할 만큼은 한 것 같은데 김씨는 왜 이 싸움을 멈추지 않는것일까? 그에 대해 김씨는 JAL의 사과 자체가 너무 상징적이고 형식적이었다고 주장한다. 그녀의 일관된 주장은 "일본항공이 왕따 사실을 솔직히 인정하고 해당 승무원이 직접 사과문을 작성하라는 것" 이고 JAL측은 "왕따 사실은 없었으며 업무중 일어난 승무원의 실수는 회사가 대신 사과 한다"는 것이다.

자, 과연 JAL 승무원은 김씨를 이지매하기 위해 일부러 밥을 늦게 준것인가? 아니면 어쩔 수 없이 발생한 승무원의 의도되지 않은 실수인가? 승무원의 사과문을 요구하는 김씨의 요구는 너무 지나친 것인가? 아니면 JAL의 사과가 성의 없었는가?

본격적으로 당시의 정황들과 그날 이후 양쪽의 분쟁과정을 세부적으로 살펴보면서 이 의문을 풀어가자.

 

계속